중국 Moonshot AI가 2026년 7월 Kimi K3의 모델 가중치와 코드를 공개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AI를 연구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제품과 산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회의실에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부터 묻습니다. 산업은 시작도 못 했는데 규제부터 완성하려 합니다. 이 차이가 지금의 격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핵심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미리 상상해 기업의 시도를 막는 것이 아닙니다. 제한된 범위에서 먼저 사업하게 하고, 실제 데이터와 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규제를 고쳐야 합니다. 시장이 달라졌다면 과거의 결정도 즉시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은 기술을 일단 현실에 내보냅니다. Tesla가 일반도로를 포함한 FSD 베타를 제한적으로 배포한 것은 2020년 10월입니다. 2026년 7월 회사 집계 기준 누적 주행거리는 120억 마일, 약 193억㎞를 넘어섰습니다. 현재 소비자용 FSD는 운전자가 계속 감독해야 하는 주행보조 시스템이고, 이 수치만으로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은 완벽한 기술과 완벽한 규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실제 도로에서 운영하고, 데이터를 쌓고, 결함이 드러나면 리콜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고쳤습니다.
중국 선전은 더 빠르게 움직입니다. Pony.ai 로보택시는 주요 지역 약 1,500개 승하차 지점을 연결합니다. 2023년에는 공공도로 완전 무인 시험과 상업 서비스 허가를 받았고, 선전시는 2026년 2월 회사가 차량당 월간 수익성 흑자 전환을 발표했다고 공개했습니다. 회사 발표라는 한계는 분명합니다. 그래도 중국은 이미 시험 허용 여부가 아니라 승객을 태우고 돈을 벌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문제가 생기지 않아서 앞서가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를 현실에서 발견하고 고칠 수 있도록 먼저 움직였기 때문에 앞서갑니다.
- 제한 실증
- 운영 데이터
- 사고·편익 평가
- 규칙 수정
- 검증 범위 확대
한국 정부는 산업이 생기기 전에 규제부터 완성하려 합니다. 한국에서는 2026년 1월 22일부터 AI 기본법이 시행됐습니다. 법 안에는 산업 지원과 규제특례도 들어 있습니다. 문제는 법의 이름이나 존재 자체가 아닙니다. 기업이 서비스를 시작하는 순간 개인정보, 위치정보, 통신, 결제, 청소년 보호, 콘텐츠 책임에 새 AI 의무까지 겹친다는 점입니다.
큰 기업은 법무팀을 두고 이 비용을 견딜 수 있습니다. 해외 기업도 이미 만들어진 제품과 자본을 들고 들어옵니다. 작은 국내 기업은 제품을 만들기도 전에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들려고 법령을 열어보면 사업을 도와주는 조항보다 하지 말라는 조항이 먼저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는 규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전의 증거처럼 말합니다. 하지만 산업 자체가 해외로 넘어간 뒤에는 보호할 국내 기업도, 쌓을 데이터도 남지 않습니다. 규제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과 해외 기업만 남기는 제도는 산업정책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시장 전환을 늦춘 사례는 이미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한국은 국산 기술인 와이브로를 국가 전략으로 밀었습니다. 기술 개발 자체는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세계 이동통신 생태계가 LTE로 기운 뒤에도 정책의 중심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LTE 상용화는 빨랐지만, 와이브로를 유지하는 데 들어간 정책 자원과 기회비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와이브로 서비스는 결국 종료됐습니다.
아이폰은 미국에서 2007년 출시됐지만 한국에는 2009년 11월에야 들어왔습니다. 국내 단말기의 WIPI 의무는 2009년 4월 폐지됐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 의무가 해외 제조사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했고 세계 플랫폼 흐름과 맞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국내 산업을 지킨다는 규제가 결국 국내 소비자와 개발자를 세계 모바일 생태계에 늦게 합류시켰습니다.
처음의 판단이 틀릴 수는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이 달라졌다는 사실이 보이는데도 정부가 기존 결정을 오래 붙드는 것입니다.
전기차 충전 표준에서도 전환 속도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정부는 2017년 국내 급속충전 방식을 콤보1으로 통일했습니다. 당시 콤보1은 국제표준 가운데 하나였고 국내 보급 차량의 약 67%가 쓰던 방식이었습니다. 그 선택 자체를 지금의 결과만 보고 실패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북미 자동차 시장은 Tesla가 만든 NACS, 현재의 SAE J3400으로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주요 제조사가 채택했고 SAE는 누구나 제조하고 사용할 수 있는 표준으로 만들었습니다. 시장이 바뀌었는데도 과거 선택의 정당성만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기존 차량의 전환비용을 계산하면서 신규 차량과 충전망을 어느 방향으로 옮길지 정부가 먼저 답해야 합니다.
표준은 국가의 자존심이 아닙니다. 산업을 연결하는 도구입니다. 틀렸거나 뒤처졌다면 빨리 바꾸는 것이 국가 경쟁력입니다.
수소 승용차 정책도 냉정하게 복기해야 합니다. 수소 기술에 투자한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수소는 산업 공정과 발전, 저장, 일부 상용차에서 역할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수소 정책이 옳았던 것은 아닙니다. 세계 승용차 시장이 배터리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안 수소 승용차 보급에 지나치게 많은 정책 역량과 인프라 비용을 분산한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합니다.
정부는 정책을 시작할 때만 큰 목표를 발표하고, 시장이 예상과 달라졌을 때 누가 무엇을 줄이고 어디로 옮길지는 좀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중간평가와 중단 조건이 없는 산업정책은 한번 선택한 기술을 지키기 위한 사업으로 변합니다. 기업은 시장에서 틀리면 손실을 입고 방향을 바꿉니다. 정부 정책도 그래야 합니다.
기업의 성과를 나누기 전에 다음 투자를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수 있는 초과세수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같은 신호를 보냅니다. 초과세수는 기업 이익에 새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 예상보다 기존 세금이 더 걷힌 결과입니다. 이 둘은 구분해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자마자 그 결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부터 말하면 기업과 투자자는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반도체와 AI의 이익은 남아도는 돈이 아닙니다. 다음 공장, 다음 연구개발, 다음 세대 제품에 들어갈 투자금입니다. 정부는 분배의 명분을 설명하기 전에 기업이 더 큰 이익과 세수를 만들 수 있도록 전력망, 인재, 연구 인프라를 준비해야 합니다.
반도체 공장 입지를 정치가 앞서 정해서는 안 됩니다. 2026년 6월 정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앰코 등은 서남권 첨단산업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7월에는 기업들이 후보지 가운데 광주 군공항 부지가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는 정부 설명이 나왔습니다. 공개된 자료만으로 기업에 공장 위치를 강제로 떠맡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치적 목표가 기업의 판단보다 앞서는 것처럼 보여서도 안 됩니다. 반도체 공장은 전력의 품질과 가격, 용수, 인력, 공급망, 물류, 비용과 생산성을 놓고 기업이 결정해야 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장 위치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투자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먼저 지역을 발표하고 나중에 사업성을 설명하는 순서가 반복되면 기업의 투자는 정책 홍보 수단으로 보이게 됩니다. 지역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도 결국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을 유치하는 것입니다.
제발 기업이 사업하게 그냥 좀 놔뒀으면 합니다. 안전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위험한 서비스는 지역과 기능, 이용자 수를 제한하고 보험, 사고 보고, 중단 조건을 붙여 먼저 운영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범위를 줄이고, 실제로 안전성과 편익이 확인되면 넓히면 됩니다.
지금 정부가 잘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순서입니다. 한국은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모두 상상하고 책임자를 정하려 합니다. 실제 데이터가 없으니 회의는 길어지고, 회의가 길어지는 동안 미국과 중국 기업은 데이터를 쌓습니다. 나중에 한국이 문을 열어도 국내 기업은 이미 고객과 자본, 운영 경험에서 뒤처져 있습니다.
새 규제를 만들기 전에 기존 규제 때문에 시작조차 못 하는 사업부터 찾아야 합니다. 여러 부처의 판단을 한 번에 받을 수 있게 하고, 승인 기한을 정하고, 일정 조건을 지킨 기업에는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줘야 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 대신 사업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입니다.
유럽의 뒤처짐을 보면서도 같은 길을 갈 것입니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드라기 경쟁력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혁신 격차, 높은 에너지 비용, 투자 부족과 생산성 둔화를 지적했습니다. 좋은 연구와 스타트업이 있어도 이를 큰 기업과 산업으로 키우지 못하면 주도권을 잃는다는 유럽 자신의 진단입니다.
한국도 과거의 제조업 성과만 믿고 있을 수 없습니다. AI와 자율주행, 로봇은 우리가 충분히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지 않습니다. 먼저 시장에 내보낸 나라에는 운영 데이터, 고객, 숙련 인력과 공급망이 쌓입니다. 늦게 허용한 나라는 그 생태계를 해외 기업에서 다시 사 와야 합니다.
이번 AI 시대에는 정부의 늦은 판단이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 기술과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기술이 사업이 되기 전에 규제와 정치가 막는 구조가 문제입니다. 정부의 결정과 국가 표준은 틀릴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더라도 시장이 달라졌다면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전환해야 합니다.
과거 결정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국가의 자존심은 아닙니다. 세계의 흐름을 확인하고도 문을 늦게 여는 것이야말로 규제 쇄국입니다.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기 전에 더 큰 이익을 만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공장을 어디에 지으라고 말하기 전에 전력과 용수, 인재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새 법을 만들기 전에 지금 막혀 있는 사업부터 열어야 합니다.
미래를 막는 나라가 아니라 미래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에는 정부가 산업보다 늦게 움직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확인한 1차 자료
- Kimi K3 모델·코드 공개, Moonshot AI
- FSD 누적 운행·안전 통계, Tesla
- FSD는 운전자 감독이 필요한 주행보조 기능, Tesla
- 선전 로보택시 약 1,500개 승하차 지점·상업 서비스
- 2026년 2월 선전 차량당 월간 수익성 발표, 선전시
-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 WIPI 의무화 해제와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 계획, 방송통신위원회
- 국내 급속충전 콤보1 통일화 KS 개정, 국가기술표준원
- NACS 전기차 커플러 표준 SAE J3400
- 서남권 반도체 투자 MOU,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광주 군공항 반도체 산단 후보지 결정 설명,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유럽 경쟁력과 혁신 격차, EU 집행위원회 드라기 보고서
읽으며 살펴볼 것
- 정부는 기존 규제 때문에 시작하지 못한 사업 목록을 공개하고 있는가
- 규제특례 신청을 여러 부처가 돌려보내지 않도록 단일 창구와 처리 기한을 뒀는가
- 산업정책을 바꿀 시장 지표와 중간평가, 중단 조건을 처음부터 정했는가
- 공장 입지를 말하기 전에 전력과 용수, 인력과 물류 비용을 공개했는가
- 기업 발표 수치는 출처를 밝히되 정부의 늦은 전환을 가리는 핑계로 쓰지 않았는가
확인일: 2026-08-02 한국시간. 모델 공개 자료, 자율주행 운영 현황, 한국 법령과 산업 표준, 정부 발표를 원문과 대조했습니다. 기업의 성능·수익성·안전성 수치는 각 발표 주체의 집계이며 독립 검증 결과와 구분해 읽어야 합니다. 경제북클립의 글과 이미지는 무단 복제, 전재, 재배포, 자동 수집, 2차 가공 후 배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